내 창2017.08.18 07:56
버리기로 한 것 세 가지
술, 시간,친구
  술은 이미 버렸다. 나이가 술을 이기지 못하고 술을 먹어도 즐겁지 않고 괴롭다. 숙제처럼 느껴지는 술먹는 친구와의 술자리는 싫고 술 취하고 나서 그리고 술 깨고 나서의 더러운 기분이나 거북한 속, 위통도 싫다.
  다만 십 년 이십년 혹은 삼십년을 알고 지낸 친구를 술로 버리긴 어려웠다. 술을 먹는 친구 중에서 술을 안 먹고도 시간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와는 술 없이 밥과 차만 먹으면 되었지만 술 안먹고 만난 적이 별로 없는 친구가 있었다. 아. 나 참 술 많이 먹었다. 십년 가까이 술을 먹었으니 그렇구나.  친구를 내가 먼저 버린다는 게 어려웠는데 이제 버렸다.
  시간. 내가 버려야할 시간들이 있었다. 취미와 관련된 시간들이다. 테레비 보는 거 한국드라마  미국드라마 보는 거 소설책 만화책 보는 거 모바일로 커뮤니티에  빠져있는 거 콘서트 보러 가는 거 만화만화 보는 거... 이런 시간들을 버리기가 가장 어렵다. 잡취미가 많은 나는 생활패턴이 집에서 굴러다니며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 그렇다. 사춘기 이후 계속 이렇게 애벌레처럼 뒹굴뒹굴 스타일이라.
  내가 나이 들어 살아 남아 깨어 일할 시간이 고작 십년인데 십 년동안은 취미 버리고 그 시간을 얻을까 한다.
 버릴 것 세 가지
 술
친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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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만보만세
내 창2017.08.05 11:39
내가 사는 아파트가 이 십년이 다 되고 보니 나도 새 집에서 살고 싶은 욕심이 가끔  생긴다. 우리 앞 동네는 모래내 시장과 다세대 주택을 헐고  재개발하여 대형  아파트가 구역별로 쨍하게 들어서 있다.
이 재개발  사업은 끝난 게 아니라 명지대 인근 노후된 지역도 싹 헐고 모래내  남가좌동 이런 촌스런 이름을 버리고 DMC 라나 뭐라나 아파트 이름도 영어로 모델하우스를 짓고 분양을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남편을 꼬드겨 우리도 새 집으로 이사 좀 가보자 해서 줄을 섰는데 마침 8.2 부동산 규제책이 발표되어 포기하고 말았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이 사시던 오막살이 시골집을 남편이 소유하고 있는데 그게 2주택이 되면 세금도 많고  복잡해지는지 남편이 그만 두자. 해서 그래 그럼. 하고 말았다.
시골 집을 남편이 팔아버리려고 애썼는데 추억은 돈과 바꿀 수 없고 어머님이 살아계신데 당신의 집을 팔아치우는 건 못할 짓이라고 내가 우겨서 이렇게 된 건가 싶다. 그래도 내 판단이 옳다.
우리는 부동산과는 거리가 멀고 몫돈도 없고 둘이 벌어 애들 키우고 아직 융자가 많이 남은 고물 아파트에 많은 벌레들과 살고 있다.
가끔 집도 많고 재산도 많은 운빨 좋고 머리 좋은 사람들에게 부동산 이나 재산형성 비법을 호기심으로 물어보기도 하는데 게으른 나와는 거리가 멀어 그대로 포기.
이게 내가 남보다 뒤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조바심 날 때도 있는데 그러다 만다. 나는 재물 욕심은 없는 편인 것 같다. 사는 데 크게 부족함이 없고 마이너스 통장도 많고 비록 빚도 많지만 빚 얻어서 엄마 에어컨을 사드릴 만큼은 되니 이만큼이면 내게 족하다.
순간순간 길이 열리기도 하고 막히기도 하는 내 삶의 신비가 놀랍고 감사하다.
(별 네 개 장군님 마누라가 공관병에게 갑질해서 그 일로 기독교는 또 욕 먹고 있다. 상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로다.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고 큰 소리로 자랑할 수 있는 담대함과 함께 낮은 곳에서 세상과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 섬김을 실천하는 게  정말 중요함을 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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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잠만보만세
내 창2017.07.31 22:28
# 시설에 계신 시모님을 만난 아침엔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도시 근교의 시골길은 흙탕이고 질척거렸다. 대학병원에 가서 기다리고 결과를 보고 진료받으시고 처방받아 약을 타니 점심 때가 되었다. 죽집에서 어머님은 불낙죽을 나는 매생이굴죽  먹었다. 어머님은 조금조금 미안하게 드셨다. 당신은 늘 내게 미안해한다. 아들을 낳아  키워서 나에게 주셨는데 뭐가 미안할까.
다시 강변북로를 타고 동쪽끝에서부터 서쪽끝을 지나 요양원에 모셔다 드렸다.
날은 개었고 진흙은 물이 거의 빠져있었다. 세 시쯤 되었을 게다. 시모님은 비내린 아침을 기억하시지 못했다. 까묵어뿠다.라며 호호 웃으셨다. 세 달치 약을 시설 간호사에게 전해주고 나오려는데 울음이 나와버렸다. 주책맞게도. 제발 나의 시모님을 그들이 함부로 대하지 말아주시길.
#
치매 걸려서 깜박거리시는 시모님이나  오색지팡이를 짚으시고 절룩이시는 오마님이나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웬수같은 자식들 키우고 출가시키고 꿈적거리다보니 나이 팔십을 넘기셨다 구십살 백살이 남의 일이 아닌 현실이 되어가는 세상이다. 이렇게 더운데 고장난 선풍기를 탓하고 계신다. 내가 처녀 때 교실에서 쓰던 소형 선풍기를 찾아내어 틀었더니 바람이 솔솔 나오더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 기가 막혔다.
ㅎ ㅇ마트가서 에어콘 주문을 넣었더니 열흘 후로 설치 약속을 해준다.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선풍기도 하나 사서 오마니 집에 들여놓고 돌아서 온 게 지난 주이다. 이렇게 여름은 짠하게 흐른다.
#
콘서트를 이거저거 막 다녔는데 혼자도 가고 작은 애를 데리고 가기도 하고. 젭티비씨에서 지난주엔 갈라막콘을 보여주기에 갈걀걀 웃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가기로 하고  뮤지컬 넘버로 꾸며진 콘서트에 갔었다. 말도탈도 많은 롯콘홀은 아름답기도 하고 산만하기도 했다.
# 내가  허리 굽어져 내 어머니의 세월을 살아나갈 때 나는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슬픈 세월 저당 잡혀 살아가는 오늘인가
# 왕의재정 부흥회 뒤로 교회에서 성경통독을 한다 나도 소규모팀에 들어가 하루열장 읽기운동중이다. 한국사람ㅈ은 역시 유행과 운동으로 몰아가야 제 맛이다
# 방학 2주차인데 학교는 방학이지만 방과후와 오케스트라와 돌봄은 매일 하고 있으니 책임맡은 나는 학교에 들러보고 결재도 하고 문서도 만들고 일없으면 눈도장이라도 찍는다.빈 운동장에서 지환이를 만나고 규빈이를 만났다. 한 학기동안 잘 해주지도 못하고 저주만 퍼부은 담임이라도 며칠만에 보니 반갑던지 환하게 웃는다. 교실 아닌 자리에서 보면 정말 작고 해맑은  귀여미들이다. 너와 내가 친구의 인연으로 만났더라면 더 좋았을까
# 학교안가는 날 침대에 들러붙어서  하는 일은 곰브리치세계사 읽어보기 대형교회 설교를 귀에 이어폰 꽂고  들어보기 소설책 뒤적거리기 따위이다
지난 휴직 딱 4개월이었는데 그 꿀같은 휴식이 새삼 달콤한 추억이다
# 텔레비젼 유료로 다시보기는  비긴어게인이다. YB의 매력은 타고난 줄 알았더니 대부분이 연습과 노력의 결과란 게 놀라웠다.
# 세 줄 요약 :
나는 행복하게도 방학을 했고
노인네들  모시지 못해 죄스럽고
변함없이 텔레비젼과 소설책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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